이지 Dr.노트
이지가정의학과의원 이윤주 원장의 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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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조절 성공은 25% 뿐
지금 바로 치료를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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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분석하여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2>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당뇨병 관리 수준(2019-2020)'에 대한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자세히 확인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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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관리 수준,
조절률은 전체 당뇨환자의 24.5%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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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자(당화혈색소 기준 6.5%이상) 중 65%만이 의사로부터 당뇨병임을 진단받았고, 진단을 받은 분들의 대부분(61%)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 당화혈색소 치료 목표인 6.5% 미만으로 조절되는 것은 24.5%로 전체 당뇨병 환자의 1/4에 불과합니다. 전체 당뇨병 환자 중 35%는 진단조차 받지 못했고, 75%는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전체 당뇨병 환자 중 61%는 의사를 정기적으로 만나서 당뇨약을 처방 받으며 치료받고 있지만, 치료받고 있는 분들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중 40%만이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조절되고 있습니다. 흔히 많은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인 '당뇨병'에 대해서 이렇게 잘 조절되지 않는지, 특히나 한국 의료는 세계적으로도 꽤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러한 상태였다니, 저도 이 자료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뇨병 조절률은 이론적으로도 절대 100%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당화혈색소가 9-10%로 매우 높은 상태에서 처음 진단되시는 분들도 있는데 한꺼번에 6.5%까지 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당뇨약을 의료보험으로 처방하려면 '심사평가원 급여 기준'에 따라서 약을 선택해서 처방해야 하는데, 그 기준에 따라서 하다보면 절대 빠른속도로 당화혈색소를 정상화하지 못합니다. 7.0% 미만일 경우는 메트포르민 1종만 시작할 수 있고, 그나마 이보다 높은 상태로 진단되어야 2종을 쓸 수 있는데 선택가능한 약 종류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따라서 첫 진단 후 목표까지 떨어뜨리는 데는 3-6개월은 기본적으로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뇨병은 잘 조절되다가도 식단이나 음주, 운동, 체중 등 다양한 생활습관 인자들의 영향으로 쉽게 변화할 수 있어서 조절을 어렵게 하는 변수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는 당뇨병 환자 중 60%는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고, 전체 당뇨병 환자의 25%만이 당뇨병 조절이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지, 어떤 변화가 조절률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 해 봐야하겠습니다.
다행이도 제가 당뇨병으로 진료하는 분들 중 80% 이상은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잘 조절되고 있습니다. 100% 도달하면 좋겠지만 당화혈색소는 3개월 평균 혈당으로 매우 천천히 변화하는 수치여서 단기간에 정상화 하기는 어렵고, 생활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더라도 80-90% 조절률은 도달할 수 있는 수치로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분들은 최대한 5.6~6.2% 정도로 목표를 오히려 더 낮게 유지한다면, 6.5% 미만으로는 가능합니다. (심사평가원 기준에 따라 의료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들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식이와 운동 등 생활습관개선이 반드시 병행 되어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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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통합 관리 수준,
전체 당뇨환자의 9.9%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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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의 치료는 당화혈색소 정상화만으로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당뇨병 단일 질환으로도 당뇨병성 신장질환, 당뇨병성 망막 질환, 말초 신경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주요 혈관에 작용하는 심뇌혈관 합병증 역시 중요하므로 큰 틀에서 보면 고지혈증과 고혈압까지 함께 조절하는 게 당연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당뇨병 환자 중 혈당 뿐 아니라 혈압, LDL-콜레스테롤이 모두 목표치 이내(당화혈색소 6.5% 미만, 혈압 140/85mmHg 미만, LDL콜레스테롤 100mg/mL 미만)로 조절된 비율을 나타냅니다. 이 결과 역시 충격적입니다. 전체 당뇨병 환자 중 모두 목표에 도달하는 경우는 30세 이상 기준으로는 9.9%, 65세 이상 중 13% 뿐이고,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서 보면 여성에서 더욱 관리가 잘 안되고 있습니다.
몇 년 주기로 발표하는 이러한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의료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얼마나 만성질환이 조절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의사들의 몫도 있고, 환자들의 몫도 있고, 의료 정책과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당뇨병이 있는 분들께는 최대한 이를 인식하게 하고 치료를 위해 방문하시는 분들께는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조기에 진단하고, 당화혈색소 뿐 아니라 혈압과 LDL콜레스테롤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여 현재의 9.9%라는 수준은 훨씬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조절하는 데 있어서 식단과 운동, 체중관리, 금주, 금연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고 당연히 처방받은 약도 잘 복용한 상태로 정기적으로 진료와 검사 받으시는 게 필요합니다. 모두가 노력하여 몇년 뒤 다시 FACT SHEET가 발표될 때는 조금이라도 좋아진 결과를 확인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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